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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콜라를 좋아하는 남자 어렸을 때 식당에 가면 나는 늘 음료수가 마시고 싶었다. 내가 졸라대면 엄마는 몸에 좋지 않다며 나의 의사를 거부했고, 아빠는 마실거면 콜라보단 사이다를 마시라고 했다. 결국 사이다를 시키면, 친형은 주문한 사이다를 정확히 반씩 갈라 내게 주었다. 나는 올라오는 기포방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기가 익기도 전에 사이다를 다 마셨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싸구려 당덩어리를 굳이 내 몸에 들이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아니, 이런걸 차치하고서라도, 부모님이 그렇게 날 키워주셔서, 그냥 그렇게 살았다. 콜라를 입에 안댄 채로. 없으면 없는대로. 스물이 되고, 콜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적이 있었다. 명절에 식구들이 꽤나 모인 자리에서, 나잇살 오십을 지긋이 바라보는 외숙모가 당당하게 콜..
11/26 초콜릿을 싫어하는 남자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내 자취방을 전부 치워놓았다. 내 자식들이 온통 뒤바뀌어 새로운 집에 온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엄마는 내가 책상 옆 서랍장에 덕지덕지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꽤나 읽으셨던 모양이다. 들키면 안되는 것들은 죄다 치워두었다고 생각했지만 뭔가 찜찜하다 했는데 역시나. 나의 부끄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는 내게 꼭 물었다. "근데 초콜릿을 안좋아한다고 써놓은 건 뭐야?" 1년 전에, 빼로로로쉐를 선물로 받았다. 24개가 들어있는 팩이었고, 받자마자 예의 상 하나 집어들어 먹었다. 이거 알지? 싸구려 초콜릿이 아니고, 꽤나 맛있다고 소문 난 초콜릿이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 가끔 놀러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묻지도 않고 먹어대는 친구놈들 일쑤였고, 보내고나면 몇개씩 사라져 있던 나름 손님맞이용 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