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식당에 가면 나는 늘 음료수가 마시고 싶었다.
내가 졸라대면 엄마는 몸에 좋지 않다며 나의 의사를 거부했고, 아빠는 마실거면 콜라보단 사이다를 마시라고 했다.
결국 사이다를 시키면, 친형은 주문한 사이다를 정확히 반씩 갈라 내게 주었다.
나는 올라오는 기포방울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기가 익기도 전에 사이다를 다 마셨다.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싸구려 당덩어리를 굳이 내 몸에 들이는 것도 달갑지 않았다.
아니, 이런걸 차치하고서라도, 부모님이 그렇게 날 키워주셔서, 그냥 그렇게 살았다.
콜라를 입에 안댄 채로. 없으면 없는대로.
스물이 되고, 콜라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적이 있었다.
명절에 식구들이 꽤나 모인 자리에서,
나잇살 오십을 지긋이 바라보는 외숙모가 당당하게 콜라를 좋아한다고 이야기 할때 멋있어 보였다.
나는 콜라는 몸에 좋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좋아하면 안된다라고 생각했고,
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은 철부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어릿 인생을 살아오던 중,
50살이 되가는 숙모가 콜라를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것이다.
스물의 나는 그게 왜 멋있어 보였을까.
내게 콜라는 담배와도 마찬가지다.
아마 수백번은 들었다.
담배는 몸에 좋지 않고, 백해무익한 것이기에, 피우지 말라는 이야기를.
폐가 썩어 기도를 뚫었는데, 그래도 금연을 못하고 뚫린 목구멍으로 담배를 피우는 남자를 인터뷰한
그 유명한 교육영상 또한 여러번 보았다.
그래서 더 멋있어 보였던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호흡을 연기로 연기하고 있는 흡연자들이.
나 또한 담배를 꽤나 피워보았다.
좋은 점이 몇가지 있지만, 나는 그게 제일 좋았다.
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사실.
뭔가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고 조금 삐뚤어질수 있다는 사실.
나름 모범생처럼 살아온 나도 한번쯤은 일탈을 하고 내 멋대로 살아보았다는 사실.
그 기막히고 어리석은 이유가,
죄책감에 빠지고 자존감이 낮아지는 어느 때 담배라는 수단으로써 나를 조금은 달래주었던 것 같다.
물론 다 나같지 않다는 것을 안다.
오히려 나같은 이유로 담배피우는 것이 좋은 사람은 몇 안될것 같다.
적어도 내 주변에 흡연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랬다.
그래서 되려 담배 피우는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양아치다 같은.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양아치가 아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냥, 담배를 피우는 사람일뿐.
나는 왜 콜라를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이 멋있었을까.
그리고 솔직하게, 왜 내가 콜라를 좋아한다고 얘기하기를 부끄러워했을까.
나는 지금 유년시절 내게서 콜라를 막은 부모님과 삼촌들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고맙다.
그렇게 나를 콜라로부터 막아주고 멀리하려 했기에
내가 지금 콜라를 마실때 담배를 피울때 느끼는 감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까무잡잡한 색깔에 해방감으로 가득찬 수억겁의 기포들을 보며 왠지 모를 청량감을 느낀다.
그 덕에 나는 담배에 중독되지 않았다.
담배를 태우는 것이 고작해야 콜라마실때의 희열이기에, 나는 오늘 더 싸고 맛있는 콜라를 마셨다.
그리고 이제 말하련다.
나는 콜라를 아주 좋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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