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10/23 thewholeheart,sincerity

 

난 오늘도 여유를 부리지 못했다.

이제보니 '여유'를 되게 거창한 무언가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여유는 별 게 아닐지도 몰라

여유를 부리지 못한다고 한탄할 수 있다는 이것이 여유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뭔가를 빠르게 깨달아서 그 자체로 좋고 나쁜것은 없었다.

그냥 빠르게 깨달았다는거 그거 하나 뿐이었다.

중요한 건 깨달은 그 다음이었다.

 

 

맨날 일만 하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거리가 없어진다.

오랜 친구들을 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술도 마시고, 담배도 가끔 피웠다.

게임도 하면서,

글도 좀 쓰면서,

운동도 하면서,

유튜브도 보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취미가 무엇이냐?

한번도 이 물음에 진심으로 대답을 해본적이 없었다.

난 26년째 나를 알지 못하고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은 모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

그래서 단순한 취미따위의 물음에도,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어려워서 그냥 둘러댔다.

둘러대기도 싫으면 거짓말을 쳤다.

음악감상과 책읽기라고 거짓말을 쳤다.

거짓말을 치니 이제야 나를 알 것 같았다.

나는 '거짓말을 치는 사람'이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예쁜 옷과 비싼 브랜드를 찾아다녔다.

남들이 입은것을 따라해서 겨우겨우 구색을 갖추어냈다.

매일 아침 나로 일어났지만, 남들의 기준으로 샀던 셔츠를 입고 하루를 시작했다.

피곤한 하루는 일찍 저물었기에 어떻게 하루가 갔는지도 몰랐다.

 

인스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남들이 실컷 꾸며낸 일상을 보기 싫었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으면 약속을 잡고 얼굴을 보았고

멀리 있으면 전화를 해서 사람냄새를 맡았다.

그렇게 하면 꾸며낸 것이 좀 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성은 찌질이라서

팔로워가 팔로우보단 많길 바랬고,

좋아요가 적은 내 게시물을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것이 싫었다.

게시물을 아예 올리지 않으면

"얘는 게시물을 올리면 좋아요가 열개밖에 안 박히는 친구야!"

라는 부끄러움은 피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내 피드에 게시물이 없는 이유이다.

 

 

모두들 그렇게 하긴 싫었겠지만 결국 우리는 "어떠한 시선"으로 상대방을 보기 마련이다.

본의 아니게.

 

 

많은 것에 진심인 사람이 늘 부러웠다.

내가 여태 만났던 '그런 사람'들은 전부 착한 사람들이었다.

그냥 착한 사람이 아닌 '진짜 착한 사람'이었다.

"아 걔 착해" , "아 그 친구 착하지" 정도의 착함이 아니었다.

오늘도 누군가를 만났는데 머리부터 발끝까지 진심이 느껴졌다.

사람냄새가 났다.

어떤 샴푸냄새보다도 더 향기로웠다.

내가 다가가면 나의 가식을 확인하는 꼴이라 그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10분만 이야기해도 진심이 아닌 사람은 들통이 난다.

그래도 진심인 사람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니 닮아갈수 있지 않을까?

마음을 열고 조심스레 말을 걸어본다.

대화를 하는 것은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만나는 것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