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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읽은 책을 가두는 작업

210128 여덟단어

훈련소때 이리저리 치이며 훈련을 받다가 주말이 되면 누리는 휴식은 달콤하기 그지없었다.

동기 한명과 훈련소 연대에 있는 서재에 가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당시에도 표지가 낯이 익어 왜지? 했는데 교보에 가면 베스트셀러 자리에 꾸준히 있었던 책이라 그랬던 듯 싶다.

 

그때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그게 벌써 5년이 다 되어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아는 분의 권유로 최근에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다시 읽게 되었다.

 

 

0. 박웅현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이 책은 8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저자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에세이이다.

전작 <책은 도끼다>에서도 느꼈지만, 박웅현씨는 확실히 책을 곱씹는 능력이 뛰어나다.

많은 책을 읽어 다방면으로 지식이 풍부한 다독가도 좋지만, (이를테면 김병완씨)

한권의 책을 읽어도 가슴팍에 깨달음의 자국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실제로 박웅현씨는 본인이 1년에 30~40권밖에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이 정도 읽어도 대한민국 상위1%는 되겠지만 ...

 

이 책에서도 본인의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잘 말해주었다.

일단 8가지의 키워드 자체를 너무 잘 선택했다..

인생을 살면서 자기의 신조와 가치관을 뚜렷이 하기가 그렇게 힘든데

8가지 키워드로 본인의 가치관의 정수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에 어떠한 상황(군대 빼고)이던 가치관에 환기를 주기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여전히 좋은 시나 고전의 구절들을 데려와 자신의 이야기에 근거를 더해간다.

감성의 영역인 문학이 논리적으로도 작용하고

현실의 이성적인 판단이 감각적으로 작용하게끔 한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본인이 가장 잘하는 분야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저자의 글에 감탄하는 것 같다.

 

 

1. 핵심

8개의 키워드로 글을 풀어나가지만 나는 책의 핵심을 말하라면 아래 두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너만 그런거 아니고, 세상사 안그런 사람이 없고,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랑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 그리고 사소한 것에 충실하고 감각해봐"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 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조은, <언젠가는> 중에서

 

 

2.  소통을 잘 하는 방법

소통을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곱단어로 설명하기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것을 잘 말하고 싶으면 일곱 단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조폭이야? <조폭 마누라>

 

이것은 사실 공부할때 이해측면에서도 그런데,

어떤 것을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설명했을때 그 사람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것은 적어도 거기에 대해 자기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슴으로 알고 있어야 아는 것을 말할 수 있고,

상대방에게도 알려줄수 있으며,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일곱단어로 설명하기, 쉽게는 아는 것을 핵심만 설명할 줄 아는 능력!

 

 

3. 선택의 고민

어떤 고민을 하든, 뻔하지만 늘 따라오는 결론이 있다.

"그건 케바케야, 그런것도 있고 안그런것도 있지" 라던지,

"해보기 전엔 몰라, 가보기 전엔 몰라, 그러니까 일단 해봐 / 가봐"

"모든 것에 장단이 있다, 어차피 꽃길은 없어" 라던지

 

좀 더 확실한 문장이 다가왔고 잃고 싶지 않았다. 

옳은 선택은 없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만 있을뿐

 

 

4. 복기

군에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 당시 이 책을 굉장히 싫어했다.

왜 싫어했지 이유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읽으면서 많이 불편했다.

아마 뻔한 말을 계속한다는 느낌과,

군대에 있는 내 현실에 비추어 보았을때 적용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책을 다시 읽다가 그때 당시에 내가 이 책을 싫어하게 된 한가지 사고가 기억이 났다.

 

밥을 곱씹어 먹으니 휴대폰 보면서 먹는거랑 또 달랐고,

매일 먹던 반찬은 새로웠으며,

그날의 아침은 내 인생 가장 새로운 아침밥이 되었다.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 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 Marcel Proust

 

너가 먹었던게 맛이 없었어봐.

맛없는 걸 곱씹으면 기분만 더러워질텐데?

설마 저자는 맛없는 걸 먹을때도 또 다른 새로움을 느낄 수 있는 안목이 있는 건가???

그건 너~무 피곤하게 산다는 생각이지, 훈련병은 그것이 전혀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문득 각자의 삶이 있으니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작자가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남을 부러워하지말고, 내일을 꿈꾸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라고 제언한다.

그마저도 자신의 운명일텐데.

 

분명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단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라고 했음에도,

나는 한 권의 책안에서 일어나는 모순적인 태도에 진절머리가 났다.

 

머리를 빡빡 밀고 군대에 들어갔더니

훈련소에는 뾰족한 고슴도치 머리로도 부족해 마음도 모난 이등병이 있었던 모양이다.

 

5. 본질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에르메스는 위와 같은 철학적 문구로 카피를 내세웠는데,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youtu.be/z2c1tKmbrRE]

아이유는 "본인이 좋아하는 걸 하세요! " 라고 말하지 못했다.

본인은 본인이 좋아하는 걸 단지 좋아서 시작했는데, (당연히 실력도 있었지만)

더 이상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좋아하지 못하게 됐다는것이 영상의 핵심이다.

직업으로 삼게 되니 이것을 더 이상 즐길 수가 없다는 것.

음악을 들어도, 아 여기는 어떤 가사가 들어갔으면 좋았을텐데,

여기는 멜로디가 어떻게 구성됐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먼저 생긴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에서, 개인적으로 후자를 선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잘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솔직히 대부분 좋아하기 마련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과도 관련있다.

본인이 잘하는 것으로 사회에 조금이라도 환원할 수 있다는 보람, 능력에서 오는 만족감, 등등.

 

반면에 좋아하는 걸로는 부족할때가 많다.

아무리 좋더라도, 

운도 그렇고, 능력도 그렇고, 여러가지 상황도 그렇고

무엇보다 위와 같은것이 하나라도 어긋났을때 좋아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린다면,

본질에 대한 의심이 생겨날 수도 있다

 

다만 전자를 선택하는 것이 리스크가 큰 만큼 리턴도 크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상황이 삼박자가 맞춰진다면

내가 겪어보진 못했지만, 만족감에 (만약 매슬로우의 욕구처럼 급을 나눌 수 있다면) 굉장히 높은 급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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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책은 도끼다』의 저자 박웅현이 던지는 삶을 위한 여덟 가지 질문 & 인문학적인 삶의 태도『책은 도끼다』 의 저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광고인 박웅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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