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집에 오래 있어본지 얼마만이지?
고등학교 내내 기숙사에서 지내 많아봤자 두달에 한번 집에 온게 고작이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서울에서 신나게 놀아제끼느라 열흘넘게 본가에 있어본 기억이 나질 않는다.
코로나 덕에 엄마 아부지 내음새를 맡는다.
손에 펜을 잡고, 눈에 심지를 켜고, 모니터에 있는 글들, 오디오로 들리는 교수님의 말들,
그리고 생각, 생각 또 생각. 아니 세번째 생각전에 무조건 휴대폰을 깨워 알림을 받아냈다.
아 왜 나의 집중력은 이정도지???????????
토악질 나는 집중력에 새삼스러워 하는것조차 이제는 지겹다.
이런 집중력을 마주치는것이 두려워,
책상 앞에 앉아도 무언가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된적도 더러 있었다.
나는 어떻게 나와의 싸움에서 이기고, 또 이 승리를 습관을 만들것인가?
Why is it SO HARD to do little things that improve my life? -Mel Robins
대신 이렇게 글을 썼다.
그나마 집중도 되고, 머리도 잘 굴러가고, 쓴 글을 보면 마음에 안정이 ...
어쩌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만으로
오늘은 글러먹었으니 이거라도 하자는 땜빵질을...
그리고 내일은 오늘과는 다를거라는 틀린 기대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내 왼쪽 눈에 미세한 경련.
반드시 종근당의 마그네슘으로 극복하리라.
어제부터 이것을 핑계로 제대로 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있다.
눈떨림 정도도 건강이라면, 역시 건강이 최고다. . .
날려먹은 봄 vs 기억하고 싶은 봄
쓸데없는 고민만 많아지고,
사색을 빙자한 망상에 사로잡혀,
스물여섯번째 봄을 이렇게 날려보내는 것 같다.
사실 어쩌면 스물한살의 봄부터 이렇게 날려보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날려먹은 세월치고는 곱게 늙었다.
스물의 봄은 그리도 기억이 또렷할수가 없다.
칭찬을 종일 해도 시원찮을, 벚꽃이 만개한 사월의 봄날은
글을 쓰면 더러워질것 같아 쓰기가 두려워진 추억들이 되었다.
새하얀 도화지 위에 거침없이 그렸던 스물의 그림들은 도저히 지울래야 지울 구석이 없다.
나는 언제쯤 나의 언어로 그때의 그림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표현된 글들을 보며 얼마나 그 시절에 젖을 수 있을까.
더 많이 읽고, 쓰고, 또 경험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그런 추억을 더 쌓아갈 수 있다면.
지나온 인생에서의 그런 기억들이 모여 추억들이 된다면.
우리네 인생은 또 얼마나 풍부해 질것인가.
친구들이랑 술자리에서 우리가 만나면 추억팔이밖에 더하냐고 했지만,
벗과 옛 추억을 회상하며 우수에 젖는것만큼 낭만적인 것이 없다.
고작해야 추억팔이지만, 그래도 추억팔이인 것이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몇개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께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것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흔히 말하는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이후로 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정말 없는지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중학생때는 없다고 생각했다가, 또 고등학생때는 있다고 생각했다가,
오락가락했다.
그때 선생님은 아마 농담으로 말씀하셨던 것 같다.
워낙 풍채가 좋고 농담하기를 좋아하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셨다.
그 말이 농담이든 아니든,
돈은 적어도 가치판단의 척도정도는 되는거 아닌가?
모든 만물의 것에는 가치를, (굳이 따지자면 '사랑' 따위의 것에도) 억지로 매겨보라면 매겨 볼 수는 있겠다.
그런 면에서 보면 꼭 틀린 말은 아닐 지 모르겠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없다!"는 담임쌤의 말은 돈이 최고다 라는 '자낳괴' 를 연상시키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결국 돈도 하나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어떤 가치에 끌리는가, 그리고 행복한가,
이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본인의 인생에 최고의 가치가 돈이고 돈을 많이 가질때 행복하면 그걸로 된거겠지.
최근에 들었던 금융공학 수업에서 가치를 평가하는 모델 중 하나인 마코히츠모형은,
분산투자가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최적의 수익률을 만들어 내는 포트폴리오임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보인다.
마찬가지로 돈이라는 가치에만 몰빵하면서 사는 것은 현명해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추억, 사랑, 가족, 꿈,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
우리네 인생에는 수없이 많은 종목이 있고
어쩌면 돈보다 더 멋있고 즐거운 것들이 세상에는 많은 것 같다.
그래도 돈에 몰빵하는 삶을 살고 싶은가?
아, 안그래도 고달픈 인생이 더 힘들어 질것만 같다.
아까도 옷정리를 하다 패딩 주머니속을 뒤적거렸더니 동전 몇개가 손에 걸렸다.
스치듯 만졌건만 아직도 손에는 고약한 돈냄새가 난다.
어린시절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것이 돈이라고 했는데,
난 그때 그 말의 중의성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내가 느낀 중의성을 어머니께 가감없이 구술해냈더라면,
지금쯤 한국의 에리히 프롬 정도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방청소부터 하세요 !
조던 피터슨은 맨날 닥치고 네 방청소부터 하라고 말했다.
듣고보니 지금 본가에 내려온 뒤로 나 혼자 방 3개를 쓰고 있는데,
서재와 내 침실과 친형 방까지,
죄다 엉망이었다.
중학생때부터 조짐을 보이더니 고등학생부터는 뭔가 늘 쫓기듯 살아왔다.
이게 늘 열심히 하고, 안 놀았다는 것은 아닌데,
놀땐 놀고 공부할땐 공부하고 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
공부할땐 슬슬 놀아줘야하는데 싶고,
놀때는 슬슬 공부해야하는데 싶고...
3개의 방이 더이상 이름값을 못하고 엉망이 되었듯,
텐션이 부족했던 내 인생의 줄기들이 엉망이 되어있었다.
이렇게 수년을 살아와서,
어디서부터 잘못된지도 모르겠고,
사실 잘못된건지도, 고쳐야하는건지도, 그냥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고 하는데,
그 해는 어제 봤던 그 해 아닌가?
내일은 내일의 내가 살겠지만,
결국 오늘의 내가 이어져가는 것이다.
책을 읽어도 글자는 늘 눈에 튕겼고,
집중을 해도 이내 카카오톡을 수십번씩 확인한다.
사소한거부터 하나하나 고쳐나가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번 싹 갈아 엎어야 한다.
그때부터,
그래 어차피 인생은 운빨이기 때문에,
실력을 만들고 인내로이 기다려서 기회가 오면 잡으면 된다.
안오면?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자...
원래 인생이 그런거 같다.
"딸에게 말하고 싶다. 인간은 이 세상을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이 세상에 살러 온 존재이며,* *인생에는 가치의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청춘의 독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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