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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밤잠 못이룬 나에게

 

 

 

언젠가 "다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서 그날 밤 설레는 마음에 잠 못이룬 적 한번 쯤은 있지 않아요?" 

라는 말을 들었을때 생각했다. 완전 개소리라고.

고작 좋아하는 마음 정도가 어떻게 인간의 3대욕구인 수면욕을 이긴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던 내게 어제 그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말 한마디도 안해본 사람과의 메세지에서.

약속을 잡는 과정까지.

너무나 쫄깃했고, 설렜고, 불안했고, 그리고 행복했다.

가슴속에 뭔가가 차오르는 이 느낌.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

잠을 못이룰 이유가 충분했다.

 

 

 

이게 누군가 말하는 사랑, 따위인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원초적으로 따뜻해지는 이 순간들을 즐기고 감사할 뿐이다.

또 하나의 경험과 또 하나의 인연이 생겨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원하는 결말, 아니 대부분이 그랬듯 원하지 않았던 결말이 쓰여지더라도

나는 또 성장하고, 강해져있음을 믿는다.

 

 

과연 나는 이전에도 이런 뭉글뭉글하게 설레는 이 느낌을 느꼈을까?

연애를 해본 사람에게 이런 의구심은 참 못된, 소위 말하는 나쁜새끼일지도 모르겠다.

몇번의 연애를 거쳤음에도 새삼스럽게 설레는 느낌을 처음 느끼는 것처럼 반추하는 것.

 

 

하지만 의문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내 기억력을 믿건 말건 간에 그런 감정이 기억나질 않고,

오글거리는 연애편지는 죄다 여자아이한테 가있으니 확인할 길도 없고,

확인한다 한들 글솜씨 좀 내보려고 이것저것 마음에 있지도 않는 표현을 쥐어짜서 그렸던 글자들이기에,

솔직한 감정이 복기할것을 기대해볼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곡된 기억들과 부풀려진 추억들 사이에서 오는 지난 연애에 대한 감정은

역설적이게도 새벽공기만큼이나 적적한 것으로 찾아왔고

다시금 새로운 인연에서 오는 설렘을 즐기고 있는 자.

 

 

나는 오늘도 늙어가고, 또 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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