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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1 여행을일상처럼, 일상을여행처럼

* 성인 네 명이서 함께 다니는 것이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고 지쳤지만, 결국 모든것은 추억이 되었다. 다른 가족도 이럴지 모르지만, 그 기억이 좋던 나쁘던 관계없이, 우리 가족이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추억이 된다.

* 터질 일이 있다면 그 일은 여행에서 반드시 터진다. 우리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 우리 가족이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리고 다시 깨달았다. 자연을 보고 느끼는 것, 한식과 해산물, 그리고 술.

* 엄마아빠는 나이가 들면서 외로워하셨다. 그리고 혼자가 되는것을 두려워하셨다. 그래서 독립하려는 우리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모든 문제는 그곳에서부터 시작됐다.

* 부모와 자식 관계가 어려워지는 것은,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이 나라는 탓이 가장 크다.

* 상대는 나와 30살 많은 어른인데다가, 부모라는 것 때문이다. 나 또한 이제 30대에 들어서기 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가치관이 성립된 듯한 느낌을 받는데, 5060대는 하물며 어떨까?

* 우리 가족은 예로부터, 뭔가에 대해 진지하게 싫은 소리라고 생각되는 대화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다 그런 유형의 사람이라서 그런것도 있지만, 실제로 딱히 싫은 소리를 들을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어떻게 완벽하겠어. 실수할때도 있고, 안좋은 버릇이 있을 수도 있고, 상대방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때도 있겠지. 하지만 우린 그렇게 마음에 쌓아두고 넘어만 갔다. 그리고 그 쌓아둔 곳간이 최근 들어 줄줄 새고있는 격이다.

* 형의 존재는 내게 점점 커진다. 형은 나한테 첫번째로는 형이고, 두번째로는 부모님이고, 세번째로는 친구같은 존재이다. 형 덕분에 내가 만약 자식을 갖는다면 하나만 낳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 형은 존재 자체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사람이 되었다.

* 아버지는 꽤 오래 일하실 것 같다. 우리 아빠에게 일이 어떤 관성같은 거라 누군가 제어해주어야 하나 싶었었다. 그것은 취미이자 특기이고,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냥 어쩌면 꼭 해야하는 것이다. 물론 넥스트 스텝으로 부동산이든 텃밭이든 고민하고 계시겠지만, 본인이 힘 닿는데까지는 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고, 나 또한 그게 맞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아빠를 지키는 것이다.

* 내가 만약 부모가 된다면, 자식의 나이대와 사고방식에 대해 유연하게 아빠로써의 존재를 달리하고 싶다. 보살펴주어야는 보살펴주고, 기대고 싶을때는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주고, 친구같을 때는 친구같게, 또 보내주어야 할때는 보내주는 존재. 이 모든 역할의 핵심은 사람은 어차피 혼자라는 생각이다. 와이프는 내 반쪽이고 자식은 내 두쪽이 맞지만 나는 그래도 홀로 먼저 존재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내 삶에 여유와 유머를 갖는 방법이고, 이 방식이 비단 나를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의 가족과 주변 사람을 지킬것이다. 절대 누군가를 소유하거나 제어하려고 하지 말자.

* 앞으로 누군가가 싸우거나 한명이 기분이 나빠했다면, 그것을 적극적으로 풀려고 해야겠다. 나는 갈등이 생기면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그것을 해결해야겠다기보다 우울해져버리고 그냥 조용히 손절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나의 갈등해결방법이었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우리 가족 중에는 할말은 하는 사람, 우리 엄마가 먼저 화내기 전에,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 혼자 있는 것을 두가지로 나눈다면, 진짜 오롯히 나와 있는 것과, 언제라도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상태에 있는 나와 있는 것과는 다르다. 나 자신과 좀 더 가까워지는 것. 나를 알아가는 과정. 첫번째 혼자 있는 법이 필요하다.

* 여행에 음식이 꽤 중요하다. 매번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자니 불편했다. 특히 건강하고 담백한 먹거리를 챙기는 편인 나에게 이런 부분이 힘들었다.

* 내가 앞으로 여행을 간다면 세가지 이유로 갈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것이 있거나, 내가 정말 보고싶은 것이 있거나. 아니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수 있거나.

* 한국식 찍먹관광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남들이 다 한다고 해서, 이곳에 가면 이것을 한다고 해서 여행하지는 않겠다. 내가 로마의 바티칸을 가고, 베니스의 곤돌라를 타는 것이 그러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정말로 경험하고 싶은 것을 했을때 새로운 시야가 생기는 것이지,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나도 했다고 해서, 유명한 관광지를 부화뇌동 격으로 내가 구경했다고 해서 새로운 눈이 생기는 건 아니더라.

* 때로는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나를 아는데 더 도움이 될때가 있다. 이번 여행도 내가 무엇을 싫어하는지를 알려주고 어떤 여행을 해야겠다는 방향을 주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