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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9 눈을 내릴 수 있는지

6월에 이사한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반년이 지났다.

작년 말에 버팀목 한도 상향이 되고 올해 3월전까지만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솔깃해져서

바로 이사할 생각에 매물을 열심히 알아보러 다녔다.

 

근데 사실 난 이사하기가 싫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너무 좋다.

시공사가 롯데캐슬이라 그런가 구조도 전용대비 널찍하게 잘 나왔고,

살면 살수록 건물 자재나 시설이 좋다는게 매일매일 느껴진다.

 

역시 딱 한가지 문제라면 토나오는 월세와 이자다.

월에 주거비로 80-90씩 꼬라박고 있는걸 보면 좀 노답이긴 하다 ㅎ

그래, 나 안그래도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버팀목으로 혼내주자! 라는 마음에 이사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기준시가로 따지면 3억5천인 이 집보다 더 좋은 집은 사실상 못들어간다.

그래서 최근 내가 알아봤던 매물들도 분명 1년전이었으면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았을 집인데,

지금 현 집이 뇌이징이 되서 그런지 도저히 계약을 할 수가 없었다.

자꾸 안 좋은 부분이 눈에 밟히고,

더 솔직히 말하면, 살기가 싫었다.

 

이게 되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한순간의 선택, 그리고 환경의 변화.

마카롱의 맛을 몰랐던 우리 엄마가 더이상 양갱을 먹지 않는 이유와 같다.

이와 관련해 오늘 샤워를 하는데 두가지 이야기가 떠올랐다.

 

하나는 헤르만 헤세가 쓴 싯다르타에서 나온 금욕에 관한 이야기이다.

 

싯다르타는 구도자를 찾다 길에서 상인과 대화를 하게 되는데,

상인이 싯다르타에게 당신이 가진 것은 무엇이고, 본인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싯다르타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생각하고, 기다리며, 금식할 수 있습니다. 그게 제가 가진 것들입니다"

"이것들은 참으로 큰 가치가 있습니다. 만일 어떤 사람에게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금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금식을 몰랐다면, 저는 오늘날 먹고 살 일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하고 있었을 겁니다. 왜냐하면 배고픔이 나를 부채질했을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처럼, 나는 조용히 기다릴 수 있습니다. 나는 조급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으며, 오랜 시간 배고픔을 멀리하고, 그것을 비웃을 수도 있습니다."

 

싼집에서 살 수 있는 그 용기.

그 용기는 돈보다 비싸다.

 

 

그리고 하나는 그런 유튜브 영상도 떠올랐다.

대충 예금 적금 열심히 해서 나중에 50대때 부자되면 뭐하냐,

다 늙고 나이먹어서 명품입고 번듯하게 살면 뭐하냐,

나이 어릴때 영앤리치의 삶 사는게 좀 더 좋은거 아니냐?

예적금 할 생각 말고 지금부터 주식, 부업, 부동산 등 빨리 돈을 불릴 생각을 해야한다.

쓰고나니 진짜 논리는 1도 없는 이야기인데,

당시 나는 이 이야기에 꽤나 공감했던 걸 보면 속으로 영앤리치의 삶을 꿈꿨던것 같다.

아니 어쩌면 주식보다 예적금을 좋아하는 나에게 주식을 해야할 이유를 알려줘서 고마웠을지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젊었을때 돈을 왕창 벌어서 씀씀이가 커지는게 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월에 20만원씩 더 주고 사는것도 6개월 적응하니까 눈이 높아져서 아래를 쳐다보기 이토록 힘든데.

내가 돈을 많이 벌면 벌수록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라고 했다.

생활수준에 맞게 살되, 그 기준은 검소함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생활수준에 이 집은 검소한가?

https://blog.toss.im/article/cognitive-mone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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