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 drunken___---___
술을 마셔대는 것처럼 설레는 일도 없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득이 없는 게임이다.
이 장사는 제로섬 게임 따위도 되지 못하는 손해 보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쿨타임이 돌면 만나게 되는 집단이 있었다.
스무살이 넘어가니, 고등학교 친구건, 대학 친구건, 여타 다른 또래들이건 매일 보지는 못하기 때문에,
가끔 만나는 자리인 만큼, 서로 어느정도 기대사항을 갖고 만난다.
나는 그것이 술이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만큼, 오늘 보면 또 얼마간 못볼것을 아니까,
아쉬워서인지, 오늘 정말 재밌게 놀고 싶어서인지,
꼭 술을 찾았고, 한번 마시면 괜히 많이 마셔대곤 했다.
워낙 약속은 곧 술,
그게 너무 당연시되어졌다.
같이 볼링 같은 스포츠를 즐기거나,
목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한강에서 산책을 하고 맥주한캔을 한다거나 따위의 의견은 제시해본적이 없었다.
내가 그런것을 잘 안해보기도 했고, 왠만한거 다 해봤는데 술먹는게 젤 재밌으니까..
우리 한번 봐야지~라고 이야기할때보다 한잔해야지 라는 말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술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훨씬 많아보인다.
나는 왜 술을 그리 찾았던걸까.
한번 진하게 마시고 나면 잡혀있는 모든 술약속을 캔슬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든다.
물론 적당히 마시면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기폭제가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몸이 알코올의 영향을 받을때까지는 마시기 때문에,
다음날 기운이 없거나 대가리가 깨질듯 아픈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럼에도 술을 개돼지처럼 쳐마시는 사람은 정말 바보인것 같다. 본인 소개를 하고 있다.
진심으로 '술자리'가 아닌 '술맛'을 느끼고 싶을때가 종종 있다.
이때는 혼자 소주 한잔 들이키거나 맥주한캔 사서 홀짝 대다 보면 대부분 마음이 평상시대로 가라앉는다.
이는 정말 술맛이 그리워서였을테다.
이래도 부족하면, 그때는 술맛이 그리운 것이 아니라 현실을 잊고 싶은 것 뿐이다.
현실을 잊고 싶을때는 현실과 마주하며 싸우는 것 보다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진정과 여유를 느끼는 편이 낫다.
성진과 양소유의 삶 중에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고등학교 2학년때 국어선생님께 께 분명 배웠기에.
이와 같은 <구운몽>의 깨달음이
술로 현실을 잊겠다는 생각보다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술을 먹고 행여나 현실을 잊는다 한들,
꿈을 꾸고 일어나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꿈을 꾸던, 꾸지 않던 상관이 없고,
눈을 감되 잠에 들던, 잠에 들지 않던 상관이 없다는 것 또한 이해가 된다.
술을 잘 마시냐, 그렇지 않냐는 술 마시는 당일에는 알 수 없다.
경험상 "술을 잘 마신다"는 것은 뒷날 숙취가 없어야 그게 진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이다.
이런 점으로 미뤄봤을때 나는 술을 굉장히 못먹거니와 먹으면 안되는 사람 중 한명이다.
조금만 몸안에 알코올이 들어와도 안그래도 못일어나는 아침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혹여나 주량을 오버하는 날에는 뒷날 숙취에 시달리며 다신 맹세코 술을 먹지 않으리라 다짐을,
몸 안으로 하염없이 두꺼비를 넣었던 야속한 전날 밤의 나를 원망하기 때문이다.
몸이 정원과 같은 것이면 내 안의 의지는 정원사와 같은 것이다.
몸을 지키려면 의지를 키워야 한다.
요즘은 술 잘 마시는 사람이 예전만큼 부럽지는 않다.
몸에 좋은 것도 아니고,,
술자리 한번 나가면 돈 무진장 깨지고,,
술자리를 최대한 줄이고 있어도 많이 먹지 않고 적당히 빠지는 것은 너무나 훌륭한 자세이다.
배울만한 자세, 이제 나도 조금 그런 사람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제바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