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exammmmmmmm?
시험기간.
어떤 기간이 되었건 오롯이 공부만 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역설적으로 '시험'기간에는 더욱 그렇다.
나는 늘 핑곗거리를 찾곤 했다.
고등학교와 재수때는 목표가 있어서(그게 잘못된 믿음이었을지라도) 열심히 할 수 있었고,
그래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고.
금상첨화로 환경까지 충분히 갖춰진(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재수학원과 학사의 꿀조합) 곳이어서,
그 시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다고.
그런데 지금은?
대학에 오고 나서는 내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특히 내가 모든 걸 정할 수 있다는 것이 그랬다.
급식실에 가서 주는 메뉴대로 급식을 받아먹는 일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어디서 먹을지,
무엇을 먹을지,
누구랑 먹을지,
죄다 내가 정할 수 있었다.
아니, 심지어 먹지 않아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았다.
가끔 오는 부모님의 전화 첫마디는 "밥은 먹었냐"로 시작했는데,
그 말이 언제부턴가 사랑으로 느껴졌던, 그때 그 무렵 정도였을거야.
나는 그렇게 내가 이제 모든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3학년2학기, 횟수로 지금 6번째 학기이다.
각 학기마다 2번의 시험기간을 맞이하니, 벌써 12번째 맞이구나.
솔직한 말로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
나름 잘 따라오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턴가 꽤나 게으른 사람이 됐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언제던 내 모든걸 쏟아부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단지 아직 그걸 못찾아서 이렇게 방황하고 있다고.
이렇게 구구절절 변명만 잔뜩 늘여놓은채,
어떤 것도 주워담지 못하고 있었다.
등굣길에 같이 코를 닦던 동네친구들은 이제 취업을 해서
멋진 옷을 입고, 여자친구와 결혼 준비를 하고,
심심하면 내게 소고기 따위를 사주곤 했다.
친구가 요즘 가장 크게 고민하는건 k5와 k7 중에 무엇을 첫차로 사는게 좋을지 따위였다.
그리고 난 생각도 안해봤던 억단위의 전세대출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시드가 전혀 다른 주식이야기를 하니,
내 휴대폰에 있는 키움증권어플이 노인네들께서 하는 장기어플 쯤 정도로 보이기 시작했다.
생각하지 못한 손님들이 우리의 마당에 대수롭지 않게 들여놓았다.
당연히 불청객은 아니었고,
소고기도 여전히 입에서 살살 녹았는데,
내가 벌써 이런 나이가 됐구나, 는 싶다.
시험기간은 한편으론 꿀같은 시간이다.
내 지나온 학기를 반추하게끔 하고.
이렇게 글을 쓸 기회를 주며, (심지어 시험기간엔 글쓰는게 즐거워지는 마법)
그래도 학기 중에 제일 열심히 공부하게 하는 시간 아니겠는가.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것이 부끄럽다.
아직도 시험기간에만 그토록 열정적으로 공부하는가.
그래, 그래도 그렇게 열정적으로는 공부하지 않으니 오히려 다행이기도 하다.
스물때처럼 열정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이, 오늘 이후에도 올것인가,,
올 필요가 있는가.
만약 지금 내 모든 과거들이 후회스럽고,
이 후회가 '잘못'된 선택 하나 때문이라고 가정한다면,
나는 중학교 시절 그렇게 많이 다녔던 학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대체 무엇을 배웠는가.
그렇게 억지로 다니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구나.
아, 이제 그런말은 하면 안되겠다.
그때 공부를 하지 말았어야 했어 같은.
고등학교 때 하나님처럼 떠받들였던 신승범은
할것을 이야기 하지 말고, 한것을 말하는 사람이 되라고 가르쳤다.
내가 여태 해왔던 것은 무엇인가?
나는 무슨 길을 밞아왔나.
그리고 그 길에서 무엇을 깨달았는가.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면,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적어도 후회가 없을것이라고 한다.
과정이 치열했기에.
실패 또한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나는 여태껏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도 후회는 있고, 좋지 않은 결과도 분명히 있었다.
흘러가는 대로 치열하게 살아서 그렇다.
대가리를 들고 하늘을 봐야 한다.
손바닥에 침을 뱉고 튀겨서 방향을 정하든,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꽃히든,
무슨 방향을 정해도 후회할 것이다.
책 수백권을 읽고도 절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도,
잘하는 것을 하는것도,
다 필요없다.
적당히 선택을 하고,
후회를 하면서,
그리고 또 만족을 해야한다.
만족을 할 줄 아는 기술은,
인생을 사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기술이다.
인생을 행복하게 해줄 만능열쇠 중에 한가지이다.
지금 본인의 삶에 만족하는가만 묻지 말고,
만족을 할 줄 아는가 또한 같이 물어야 한다.
전자의 키워드는 성장이요,
후자의 키워드는 행복이다.
이 두가지 키워드를 함께 쥐고 있을때
인생은 더없이 풍요로워질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