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행복하라
스스로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에 대하여,
법정스님이 본인의 사고와 경험을 녹여내어 쓴 가벼운 에세이 형식의 책이다.
첫 서문부터 이 책을 관통하는, 그리고 내 마음에 송곳처럼 파고든 글이 있었기에
이를 내 식으로 옮겨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이 있다.
어떤 사물이나 사람의 부정적인 측면을 보고 깨달음이나 가르침을 주는 대상을 말하는데,
반면교사가 있으면 (정)면교사도 있지 않을까 늘 생각했다.
법정에게는 자연이 그 교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제일은, 바로 나다움, 자아에 관한 것이었다.
그 뻔하디 뻔한 자아.
사실 어떻게 살것인가 에 대한 책을 읽으면 무조건적으로 '자아'에 대한 언급은 나온다지만,
법정스님이 말하는 자아는 특별했다.
그래서 내게 더 와닿았다.
인간 생사는 결국 자연에서 시작해 자연으로 끝난다는 간단한 이치이다.
우리는 자연과 본디 한몸이고, 자연과 맞닿아있다.
자연을 멀리하면 병원과 가까워지듯 우리는 좀 더 자연과 함께할 필요성이 있다.
한 교사의 예로 꽃이 있다.
꽃은 다 제각각 빛깔과 향기와 모양이 있다.
라일락은 라일락만의 향기가,
철쭉은 철쭉만의 모양이,
목련은 목련만의 빛깔이 있다.
그들은 서로를 닮으려고 하지도 않고,
빼앗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본인만의 것으로, 아주 당당하게, 여과없이 그들 자신으로서 존재한다.
나도 이런 자연의 삶을 닮고 싶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누구의 인생을 베끼거나 욕심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야 내가 만든 내 인생에 책임을 질 수 있을 것이고,
책임을 질 수 있어야 멋진 인생이 될것이다.
아래 책에서 좋았던 글귀들을 베껴쓴다.
54p.
이때부터 나는 철저하게 혼자 사는 연습을 해온 셈이다. 혼자 있다 보니 홀로 있을수록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상야릇한 말뜻도 알게 되었다... (중략)
이 산 저 산, 이 절 저 절을 다니면서도 이곳이야말로 영원한 내 안신처라고 생각한 데는 아직 없다. 인연 따라 머무는 날까지 머물면서 나를 가꾸고 다듬을 따름이다. 언젠가는 이 껍데기도 벗어 버릴 텐데, 영원한 처소가 어디 있겠는가.
그전 같으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옮기고 고치면서 당장에 해치우고 마는 그런 성미였는데,
이제는 어지간하면 주어진 여건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간소하게 사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 대신 어디에도 집착함이 없이 나답게 살고 싶다.
76p. 자연
짐승은 사람보다 단순하고 직선적이므로 자신을 해칠 대상인지 아닌지를 이내 느낌으로 알아본다. 사람이 수많은 생물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라고 스스로 내세울 수 있으려면, 이런 새나 짐승 들까지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마음에 사심이 없어야 한다. 다른 생물을 제 몸보신 하는 먹을거리로만 여기고 같은 생명을 지닌 동류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람의 영역 자체가 그만큼 옹색하고 왜소해질 것이다.
우리 곁에서 꽃이 피어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신비인가. 곱고 향기로운 우주가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잠잠하던 숲에서 새들이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는 것은 우리들 삶에 물기를 보태 주는 가락이다. 이런 일들이 내게는 그 어떤 정치나 경제 현상보다 훨씬 절실한 삶의 보삼으로 여겨진다. 새벽 달빛 아래서 매화 향기에 귀를 기울기고 있으면 내 안에서도 은은히 삶의 신비가 배어나오는 것 같다.(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