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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화끈하게

오늘 오랜만에 학교 근처에서 전에 대외활동 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너무 좋은 사람들인데, 오늘도 말실수를 몇개 했던거 같다.

흠. 절제해야하는데.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이 되자.

톤 높은 목소리 말고 낮은 목소리로 가자.

그리고 한마디 한마디 생각을 하고, 이야기.

어떻게 하면 웃겨볼수 있을까. 개그맨 마인드.

 

예전에 3주동안 진행되는 교육봉사캠프에 참여했던 적이 있는데,

거기서 룸메이트와 새벽마다 이야기꽃을 피우고 잠에 들곤 했다.

사실 그 봉사활동이 꽤나 피곤하기도 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야하는걸 알면서도

새벽3시, 4시까지 이야기꽃을 피웠던 걸 보면 우린 꽤나 티키타카가 괜찮은 듀오였던 것 같다.

 

룸메는 본인이 같은 대외활동을 4번째 했는데,

전에 3번 다 했던 조가 흥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일회성으로 끝난 인연에 아쉬움을 느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번 조도 다른 흥한 조와 비교해보면 그저 그렇게 끝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본인한테 이러한 반문을 하는 것이다.

"야, 이정도면 내가 이상한거 아니냐? 내가 있으면 집단이 오래못가는건가?"

 

그 말을 듣고 당시에는 조금 안심이 되었던 것 같다.

나도 가끔 어떤 새로운 집단에서 꽤나 만났는데도 재미가 없고 어색함을 느낄때,

"혹시 나 때문에 그런가? 내 존재가 불편한가? "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그 분위기를 책임지고 살려보려고 하거나,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집단의 정을 놓고 자연스럽게 빠지는 선택을 선호했었다.

그게 더 편하니까, 그랬었다.

노력하는 내 자신을 알아봐주고 또 실패를 겪는 나를 느끼기 두려워서.

이기적일대로 이기적이고,

쫄보일대로 쫄보다.

 

아는 친구놈 딱 한명한테 내 블로그 글 몇개를 보여줬더니,

관념적인 이야기로 가득차서

본인만 알아볼수 있는 해학적인 글이라고 쏘아댔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내 글을 읽어보니, 정말 그랬다.

암호해독 수준이었다.

기생충의 기우가 와도 해석을 못할 모스부호 같은 것이었다.

 

사실 아는 사람 누구도 여기 들어와서 내 속마음을 들춰볼수 없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럴 우연을 맞이할 일이 없고,

있다면 그 확률을 계산하는 것에 희열을 느끼려고 준비했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어떤 종류의 '용기'를 주는데엔 실패했다.

화끈하게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구체적으로 말을 할 그런 용기,

그럴 용기가 없어서,

글은 더더욱 나말곤 읽기가 힘들어진다.

 

오늘 안경점을 가서 아넬형 안경을 몇개 집어 들었다.

모스콧, 헤리티지, 제임스.

마음에 들었지만 사지 않았다.

마음에 쏙 들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미니멀하게 간다.

 

이사를 하고 나니 깨달았다.

지금 확실히 내 성에 차는 것을 빼고는 죄다 짐이라는 것.

버릴때 좀 더 화끈하게 버렸어야 했다.

막상 새집으로 가져온 것들 중에는 꽤나 버림직했던 것들이 끼여있었기 때문이다.

 

권성민 pd의 <서울에 내 방 하나>라는 책이 얼마전에 나왔는데,

오랜만에 제목부터 마음에 드는 책이 나온듯 싶다.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한다.

타인이 본인에 대해 솔직하게 써내려간 생각을 엿듣다보면

그 자체로 재밌고, 내 삶과 공감하거나 비교하는 맛에 재밌고, 또 그로 인해 성장하는 나를 보니 또 즐겁다.

이렇게 덩달아 세번 재미를 느끼는 일은 흔치 않다. 정말 재밌다.

 

오늘도 고민한다.

치킨을 먹을까말까.

내일은 휴대폰 메모장에 쓴 글을 한번 옮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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